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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받으며 자라는 나무
왜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 한동안은 굉장히 리더였어요. 학급 내에서 반장도 많이 했고. 

끼로 이끄는 리더요? 
아니요. 모든 생활을 정직하게 하는 모범생이요. 지금도 그런 생활이 남아있어요. 어린 나이에 뭘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학교 갔다가 학원가고, 집에서 자다가 공부하는 생활이 굉장히 무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성격이 갑자기 소심해지는 거예요. 그때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죠. 그리고 나서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연극부를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연기를 하는 게 재밌는 게 아니라 이걸 하면서 집중하고 밤새는 과정들이 좋았죠. 그래서 과감하게 진로를 바꾸고 예고에 가서 매해 연극을 하고 뮤지컬을 했어요. 극장장도 하고. (웃음) 그 후에 연기자의 꿈을 키웠어요. 막 뭐를 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그냥 연기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 끼가 주체가 안 되잖아요. 주원씨는 안 그랬어요? 
전혀 안 그랬어요. 그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느 자리마다 튀는 사람이 있잖아요. 물론 연기를 하지 않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지만, 저는 전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그걸 보는 사람이었고, 대화를 나눠도 항상 듣는 편이었죠. 근데 저는 예쁨 받기를 원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고.

 
그런 점은 배우 같았네요. 사랑받고 싶은 거. 
그럴 수도 있는데, 인간의 본능 같긴 해요. 지금도 그렇거든요. 누가 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안 좋게 생각하면 괜히 신경 쓰이고 어떻게든 저 사람의 마음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막 욕하다가 “재 싫어” 그래서 “왜?”라고 물어보면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 만약 누가 저를 그렇게 싫어하면 되게 마음에 걸리는 거죠. 

 
(신시컴퍼니 최승희 팀장이 질문을 던졌다) 주원아, 그럼 너는 싫은 사람이 없어? 
아니, 없을 수는 없는데 저는 모든 사람을 거의 좋은 관점으로 봐요. 만약에 누가 싫었다가도 만나면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딱 한 명 있어요. 저주하는 사람. 그 사람 빼고 대부분은 다 좋게 보여요. 사실 그게 제 장점 같아요. 촬영장을 가면 제가 누구보다 뛰어나게 연기를 하는 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길 제가 현장 분위기를 좋게 한데요. 저는 근데 그 사람이 진짜 좋아서 같이 있는 거거든요. 아무리 소문이 이상하다 해도 만나면 좋아요. 

 
그런 게 작품에서도 배어 있어요. 많은 도전을 했지만, 적을 만들면서 오진 않은 것 같거든요. 
모르겠어요. 과감하지 않아서. 

 
근데 작품 선택은 의외로 과감하게 하고 있어요. 
선택은 그렇게 하는데 인간관계는 과감하지 못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참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좋게 가는 게 좋으니까 이 사람이 나한테 못되게 굴어도 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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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고스트>

(사진을 찍던 김희언 포토 에디터가 물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그런 걸 수도 있죠. 물론 제가 그 사람 욕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다른 데 가서 욕을 하진 않아요. 왜냐면 아예 그런 일이 없을 순 없잖아요. 그냥 저는 모든 게 원활하게 갔으면 좋겠으니까 맞춰주는 것들이 많죠.

화나고 분노할 때는 없어요? 
있죠. 근데 참아요. 혼자 참을 때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기도 하고. 예전에는 아예 화를 안 냈거든요. 신인의 자세였는지는 몰라도 아예 화를 안냈는데, 이젠 나도 알건 아니까 화가 나기도 해요. 그럴 때는 그냥 우리 팀한테 가서 조용히 칭얼대요. (웃음)

 
근데 사회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무시하고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맞아요. 사실 그런 거 때문에 화가 많이 나요. 촬영 현장으로 치면 변수가 많으니까 늦어지고 바뀌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있는데… 아무 말 안 한다고 저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음… 나중에 제가 어떻게 할지 몰라요. (웃음) 뭐 그런 것도 지금은 참죠. 근데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더라구요. 

예전에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작품 할 때 촬영장에 제일 먼저 가고, 공연할 때도 연습실에서 청소하면서 기다린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요즘에도 그래요?
제가 막내면 그렇게 하죠. 막내가 아니라도 어린 축에 속하면 하기도 하고. 그냥 기본적인 거 있잖아요. 식당가면 수저 놓고, 물 따르고. 물론 매니저가 있으면 알아서 해주지만, 없으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막내네, 해야지’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재밌어서 그런 것도 있어요. 또 그렇게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해요. 촬영장도 일찍 안 가면 불안하잖아요. 어떨 때는 스탭들보다 제가 먼저 가 있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여유 있게 있다가 연기하는 게 더 잘 되기도 하구요.

연예인 같지가 않네요. (웃음) 
분명 저도 변하긴 했겠죠. 근데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도 변한 게 없다 그래요. 특히 이번에 뮤지컬 하면서 많이 느낀 건데 형, 누나들이 저는 연예인 같지가 않대요. 

 
공연 연습하면서 배려하는 마음을 많이 배워서 그럴지도 몰라요. 
맞아요. 그런 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요.  

 
무대 경험이 있는 배우들과 아닌 배우들의 차이점은 뭐가 있을까요?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기본적인 마인드가 다른 것 같아요.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면 얼굴이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근데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더 보이면 좋겠는 거죠. 멋 부리기보다는 배우의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고. 그리고 배려심은 확실히 있어요. 아마 무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혼자가 더 편할지도 몰라요. <패션왕> 촬영장 가면 제가 형이거든요. 나이를 봐도 그렇고 경력도 그렇구요. 그래서 친구들이 불편할 수는 있는데 저는 밥 혼자 먹기 싫으니까 같이 먹자고 막 잡아요. (웃음) 예전에 공연 연습할 때 다 같이 밥 먹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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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각시탈>

 
무대에 섰던 경험이 다른 활동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많이 됐죠. 기본적인 것을 맨 처음 배우니까요. 저는 사회 생활하면서 필요한 기본적인 예의를 예고 다니면서 다 배운 것 같아요. 만약에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면 전혀 몰랐겠죠. 이건 제가 연기자로 생활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지 않은 친구들이 처음 무대에 서게 되면 이런 기본적인 것들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기더라구요. 
아직 그런 친구들을 만나보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만약에 그 친구가 모른다면 알려줄 거예요. 저는 저보다 어린 후배가 예의 없는 건 못 볼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요. 선배들이 어떤 친구를 혼낼 일이 있으면 다 저한테 시켰어요. 왜냐면 저는 할 걸 다하니까 저한테는 욕을 못 하거든요. 자기가 제대로 하지 않고 욕하면 “너나 잘해” 그러잖아요. 근데 저한테는 아무도 그런 말을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악역을 맡는 위치에 있었죠. 솔직히 저는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거든요. 연기를 못 하는 건 상관없는데 예의가 없으면 편하게 말해줄 순 있겠죠.     

 
근데 진짜 얼굴에 선과 악이 다 있어요. 
옛날에 방송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싸가지 없게 생겼다고 그랬어요. (이)창희 형이 (뮤지컬) <알타보이즈> 멤버 중에 제일 반전이 저라고 할 정도였죠. 처음에는 어디서 날라리 같은 애가 들어와서 팀 분위기 안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반전이었다고 그러더라구요. 출근했는데 1등으로 와서 청소하고 바른 생활을 하니까. (웃음) 

기본적인 게 정말 중요하긴 해요. 
좋게 보이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억지로 한 것도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학교에서 그냥 하던 거예요. (웃음) 막내 때는 청소부터 하거든요.  

 
기본이 안 되어있으면 연기를 잘 할 수가 없을 거예요. 
기본이 없는데 연기를 잘하면 열 받겠죠. (웃음)

 
첫 시작을 돌이켜 봤을 때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잘 가고 있어요. 내가 운이 좋나 싶을 정도로요. 부담이 있지만, 그렇게 큰 부담도 아니고 하던 대로 하려구요. 여기서 부담을 느끼면 안 하던 걸 하게 되고 그 순간 바로 이상해지는 거거든요. 하던대로 하는 게 제일 낫죠. 작품도 고르던 대로 고르고. 

 
흥행이나 시청률의 부담도 크죠? 
이제는 그런 것도 없애려구요. 왜냐면 그건 모르는 일이거든요. 저도 시청률이 잘 나올지 모르고 선택한 거라 솔직히 ‘시청률의 사나이’ 이런 수식어는 좀 부담스러워요. (웃음) 앞으로는 애국가 시청률이 나오는 작품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런 거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 다운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왜 주원씨한테 좋은 작품이 주어지는지 알 것 같아요. 
그래요? (웃음) 왜 그런 거 같아요? 

 
# 기본을 지키는 배우 
커피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듣고 주원에게 커피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뮤지컬 때문에 목 관리를 하고 있다며 그 좋아하는 커피를 마다했다. 대신 커피를 마시는 스탭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걸로 만족하며 미소를 짓는다. 방실 방실 웃을 때는 영락 없는 소년 같다 가도 언뜻 비치는 그의 생활을 보면 절제할 수 밖에 없는 배우의 삶이 느껴진다.   

 
현재에 취해,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순간의 달콤함은 훗날 자신에게 돌아올 큰 반향을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많은 배우들이 실력이 있음에도 눈앞의 선악과를 구별하지 못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견디는 자만이 진짜 ‘사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주원에겐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볼 줄 아는 안목이 느껴진다.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미래에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남겨둘 줄 아는 영리함까지 지니고 있다. 그는 작품을 위해 좋아하는 커피를 끊고, 영화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배우로서 기본을 지키기 위해 촬영 시간보다 먼저 도착한다. 배우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런 잣대를 강요하기엔 절제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는 늘 살면서 깨닫고 있지 않는가. 아무리 달콤한 선악과가 유혹을 해도 넘어가지 않을 뚝심, 이것이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은 주원이 지금껏 걸어온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조급하지도 욕망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그가 하는 모든 선택은 현재와 미래에 동시에 닿아있다. 배우 주원이 누구보다 길게, 롱런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뮤지컬 <고스트>는 6월 2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출처: FOUND

▲ 기사 URL http://foundmag.co.kr/337780